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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 결말_추악한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

상심2 2025. 10. 13. 03:32

좋은 영화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고,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이 말했다. 이 영화는 분명 누군가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나에게도 좋은 영화다. 이 글은 잊지 않기 위해 쓰는 후기다. 영화의 내용과 결말, 개인적 생각이 들어갔다.

영화 <얼굴> 후기

영화의 초반, 시각 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배우)을 촬영하는 김수진 PD(한지현 배우)

나에겐 지옥 감독으로 친숙했던 연상호 감독의 영화다. 영화 <얼굴>은 비슷한 시기 개봉한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로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는 것 같기도 하다. SNS 광고와 박정민 배우 출연으로 관심두던 영화인데, 일요일 저녁 우연히 보게 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인상 깊고, 떠오르는 이론이 있어 기록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어쩔수가없다>와도 비교된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훨씬 적은 규모로 이만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멋지다. 성과를 위해선 물, 불 안 가리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한 김수진 PD 역할에 한지현 배우도 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자녀 역할로 만났던 분을 이렇게 성인 역할로 만나니 반가웠다.

#박정민

전각 장인 영규의 생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장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배우)은 경찰로부터 40년 전 사망한 어머니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동환은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자신을 두고 도망친 사람이라고만 어머니를 알고 있었고, 당황한다. 그렇게 시신 확인을 하게 되는데, 이미 오래전 사망한 어머니는 백골의 형태로, 함께 발견된 신분증도 손상되어 얼굴을 알 수가 없다. 경찰은 재개발로 인하여 발견이 너무 늦어졌다는 설명과 묻힌 형태로 유추하였을 때 살해 가능성을 동환에게 알려준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같이 어머니 살해의 범인은 전각 장인이자 아버지인 영규. 영화 끝자락에 밝혀진다. 영화 <얼굴>은 사망 소식을 접한 동환, 특종을 위해 눈에 불을 켠 수진이 다섯 번의 인터뷰로 범인의 상을 그려가는 내용이다. 인터뷰이가 40년 전 기억을 더듬는 회상 장면이 영화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젊은 시절 영규 역할을 박정민 배우가 1인 2역으로 소화해 냈다.

사진이 없다

인터뷰 다섯 개가 모두 인상적이다. 첫 번째는 공증을 위해 찾아온 어머니의 가족. 알고보니 동환의 어머니는 9살에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바람 났다는 사실을 소문나게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크게 맞았다. 이를 장례식장에서 난생처음 본 이모로 인해 알게 된다. 어머니가 그 사건으로 패물을 훔쳐 달아났다고 덧붙인다. 연이 없는 듯 살았고, 패물을 가져갔으니 유산은 그때 받은 걸로 쳐야 한다는 등 의견도 말한다. 이때 동환의 얼굴은 역겹다는 표정. 장례식장에 찾아와 처음 본 조카에게 유산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의 얼굴은 뻔뻔스럽고 냉기와 악이 차 있다. 염을 위해 백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대충 확인하고 끝내라", "역해서 못 있겠다"라는 식의 행동으로 말을 한다. 이때 동환의 반응(진저리가 나는 어머니의 가족들에게 "녹음은 됐고, 각서 쓰고 공증 받아 킥으로 보낼게요"라는 식)은 깔끔하면서도 솔직하다. 9살짜리 애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애를 혼내냐는 정확한 대사를 지닌 동환에 마음이 간다.

따라서 열린 결말로 쓰인 동환의 선택도 현명했으리라 짐작한다.

인터뷰를 시작한 건 장례식장에서의 대화를 엿듣고 특종 감을 잡은 김수진 PD 때문이다. 사진은 두 번째 인터뷰 장면. 붉은 옷을 입은 PD는 어딘가 상기되어 보이고, 푸른 옷을 입은 동환은 가라앉아 있다. 영정사진도 없는 어머니의 사진을 찾기 위해 작가라고 거짓말한다.

두 번째 인터뷰는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 일했던 '청풍섬유' 직원들. 여기서 어머니가 '똥걸레'라는 별명으로 불렸단 사실, 아버지가 피복 공장 앞에서 도장 노점을 운영하다 어머니를 만나게 된 사실, 어머니가 시다로 보조한 재봉사를 찾아가라는 힌트를 얻는다. 세 번째 인터뷰는 재봉사 이진숙, 네 번째 인터뷰는 사장 백주상, 다섯 번째 인터뷰가 아버지 임영규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번의 인터뷰로 단계별로 진실을 알게 되며,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구조다.

재봉사 이진숙은 어머니가 그렇게 일찍 죽었다면 자신의 탓도 있다며, 당시 사장이 자신을 강간한 일, 동환의 어머니가 사장에게 저항하고 고발한 일을 알린다. 1970년대 섬유 공장. 야만의 시대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관심이 쏠려, 피해자 또한 동환의 어머니를 탓했다. 이진숙은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PD와 동환에게 이를 고백했다. 이때 이진숙의 눈빛은 인터뷰이 중 가장 강렬하고 빛이 난다. 영화는 당시 섬유 공장의 모습을 잘 구현했다. 전태일 기념관에서 봤던 구조였다.

이진숙을 만난 당일 찾아간 백주상의 집. 네 번째 인터뷰이이자 쓰레기 백주상은 '예술'이라며 자신이 촬영한 여성의 가슴 사진을 벽에 붙인 채, 냄새나고 가난하고 외롭게 살고 있다. PD에게 5만원을 받고는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동환의 어머니를 협박하기 위해 깡패를 부른 일, 실제로 집단 린치한 일, 아버지 영규에게 모욕 준 일을 말한다. 이어서, 어머니를 죽인 건 남편인 영규며, 두 번째 집단 폭행을 위해 집을 찾아간 깡패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살인 덤탱이를 막기 위해, 전부 지켜본 깡패들이 남아있는 시신을 처리했다고도 말한다. 앞서 이진숙을 만나 백주상의 만행을 알고 있는 동환은 '살아있는 기적'이자 존경해 마지 않는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는 정황을 알고는 흥분하여 백주상 멱살도 잡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1970년대 권력과 힘을 가졌던 백주상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였다니, 관객은 믿을 수 없어 다음 인터뷰를 기다린다. 또한, 모든 인터뷰에선 어머니의 얼굴이 끔찍하게 못생겼다는 말이 반복하여 나온다. 이제 동환은 어머니의 사진을 찾지 않는다. 섬유 공장 사장의 모습은 <폭싹 속았수다> 학씨 아저씨와도 비슷하지만 더 끔찍한 모습. 추악함의 표본이 되는 모습으로 누워서 인터뷰한다. 과거 회상에서 보이는 깡패들의 섬뜩한 얼굴도 떠오른다.

마지막 인터뷰 장면

다섯 번째 인터뷰 자막과 함께 이어지는 장면은 동환이 영규를 기다리다 질문 던지는 장면. 집에 오자마자 "그간 어디 다녔냐" 묻는 영규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 간 긴밀한 접촉이 설명된다. 솔직하고 정확하며 깔끔한 동환의 성격답게 "아버지 혹시 어머니 죽였냐" 질문한다. 영규는 망설이고, 동환은 왜 그랬냐고 묻게 된다. 이어 영규의 솔직한 답변이 이어진다. 긴 변명을 적을 필요도 없이, 영규는 열등감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아름다운 줄 알았던 아내와 결혼하고 동환도 생긴 후, 아름답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살해한다. 결혼을 결정한 건 한과 노점상이 "미녀를 채가기 전에 용기 내 차지하라"는 말 때문이었다며, 무시당하고, 폭력 당하며 살아온 과거를 길게 설명한다. 영희가 사장의 폭력에 저항하고 고발하여 자신이 모욕 당하자(술자리에서 주상이 맥주를 머리에 쏟음, 마담의 도장을 파게 함) 집에서 분노하며 영희의 목을 조른다.

살해 직전, 영희는 자신이 사장의 폭력에 대항하고, 용기 낼 수 있었던 건 영규의 사랑 덕분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앞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절을 경험한 영규와 영희의 만남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인터뷰에서 영규는 그런 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며, 아들 동환에게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동환이 이해하지 못하면 뭐냐고 하자, 그렇다면 너는 기생충이라고 답한다. 영규가 전각으로 성장하고, 자리 잡고, 장인이 되기까지 열등감은 동력이 되었으나, 그 정도는 선을 넘었다. 그리고 그건 늙어서 영희와 결혼할 당시 나이가 된(것으로 보이는) 동환을 앞에 두고도 마찬가지다. 동환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넘어져 바닥에서 꿈틀대는 영규 모습은 징그럽다.

살아있는 기적인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동환은 마지막으로 PD를 만나고, 동환이 마시던 오렌지주스는 커피로 바뀌어있다. 이때 PD는 백주상에게 받은 영희의 사진을 동환에게 전달하고, 영화 마지막에 관객들도 영희 얼굴을 알게 된다.

정말 괴물은 누구일까?

모든 인터뷰이는 영희의 못생김에 대해 강조한다. "똥걸레는 괴물같이 못생겼다." 정말 영희는 괴물처럼 못생겼을까? 결과적으로 영희는 못생겨서 죽었다. 영규가 열등감으로 영희를 죽였지만, 영희가 아름다웠다면 영규 친구는 "아내가 괴물 같다."라는 말을 영규에게 전하지 않았을 거다. 영화는 계속해서 피해자가 고통받는 현실을 드러낸다. 9살 어린아이가 가출해야 했고, 성폭행의 피해자가 고통받았으며, 진실을 고발한 영희가 다치고,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도 영희의 가족들, '청풍섬유' 직장 동료들, 사장 백주상, 남편 임영규의 말과 태도로 이어지고 있음이 관객들에게 설명된다. 영규는 살해를 고백할 때, 못난 자신이 아름다운 전각 행위로 사랑받고 있음을 토해낸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영규를 '살아있는 기적'으로 추앙하고, 영규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진저리나는 얼굴이 나이와 직업과 성별이 바뀌어 자꾸자꾸 드러난다. 추악한 얼굴들에 대한 영화 <얼굴>.